[안재석 칼럼] '유명해서 유명한' 맛집은 진짜 맛집일까?

입력 2023-08-30 17:53   수정 2023-08-31 00:38

투자, 어렵다.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머리를 싸맸다. 두 번이나 파산의 문턱을 넘으면서 깨달은 진리. “주식시장은 ‘미인 선발대회’를 닮았구나!” 핵심은 타인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내 눈에 제일 예쁜 사람을 고르는 게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고상한 학술 용어로는 이렇게 설명된다. “평균적인 여론이 기대하는 평균적 여론이 어떨 것이냐를 예측해내야만 최종 승자를 맞힐 수 있다.”

주식시장뿐 아니다. 돈의 속성 자체가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 예컨대 달러화의 가치는 우리의 공통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100달러짜리 지폐의 화학적 구조나 색상, 실용적 가치와는 무관하다.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 구조물인 셈이다. 100달러짜리 화폐가 가치 있는 것은 가치 있다고 믿는 집단적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돈의 이런 속성을 종교와 비교해 설명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한다.”

돈의 속성을, 투자의 본질을 이해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어떻게 타인의 생각을 읽어낸다는 말인가? 그래서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가치’에 주목했다. 시장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속성을 찾아내고, 거기에 가장 근접한 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가치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은 다 이런 맥락이다.

그렇게 굴러가던 투자의 세계에 변수가 생겼다. SNS라고 불리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등장이다. 타인의 기호와 생각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는 시장 쏠림 현상의 극대화. 누군가 유튜브에 나와 ‘2차전지의 성장성’을 소리 높여 외치면 다음날 시장의 자금은 먹잇감을 발견한 좀비처럼 2차전지주로 몰려든다. 초전도체나 맥신 관련주의 열풍도 모두 같은 경로를 밟는다. 투자 이외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이 집이 맛집”이라고 좌표를 찍으면 곧바로 그 집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풍경은 더 많은 발길을 끌어들이는 미끼가 된다. 이때부터 ‘음식 맛’은 ‘논외’다. ‘유명해서 유명한’ 맛집의 탄생!

둘러보면 비슷한 광경이 여럿이다. ‘유망하다고 해서 유망한’ 주식, ‘예쁘다고 해서 예쁜’ 연예인, ‘감동적이라고 해서 감동적인’ 관광지 등이 도처에 가득하다. 반대 방향으로도 동일하게 굴러간다. 주변에서 비명을 지르면 멀쩡하던 현실이 곧바로 벼랑 끝에 매달린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게 되는 마법. ‘불안하다고 해서 불안한’ 현실은 ‘영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세상사는 대체로 카오스적이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다. 카오스는 보통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예측·예언에 반응하지 않는 카오스. 일기예보가 대표적이다. 날씨는 수많은 변수의 종합판이지만, 그걸 예측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예측에 영향을 받는 카오스도 있다. 주식시장이 그런 예다. 내일의 주가를 맞히는 컴퓨터가 상용화되더라도 내일의 주가는 늘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 예언에 즉각 반응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생각에 휩쓸리기 쉬운 요즘. 케인스의 혜안도 수정이 필요하다. ‘타인의 생각’이 오히려 투자에 방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투자나 인생이나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는 오히려 나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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